실수와 복소수 사이의 이상한 관계

      Comments Off on 실수와 복소수 사이의 이상한 관계

집합론을 배우면서 접하게 되는 (직관에 반하는) 정리 중의 하나는, $\R$은 $\C$의 진부분집합(proper subset)임에도 불구하고, $\R$과 $\C$의 기수(cardinality)가 같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집합론적인 관점에서는 $\R$과 $\C$를 같은 집합, 즉 동형(isomorphic)이라고 보아도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두 집합 $\R$과 $\C$에 대수적 구조를 부여하게 되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단, 앞으로의 논의는 모두 선택공리(axiom of choice)를 전제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 $

정리 1.
  1. $\R$과 $\C$를 각각 $\Q$-벡터공간($\Q$-vector space)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다.
  2. $\R$과 $\C$를 각각 $\R$-벡터공간($\R$-vector space)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 아니다.

$ $

증명.

  1. $\R$과 $\C$를 각각 $\Q$-벡터공간으로 보았을 때, 이 두 벡터공간 모두 (비가산) 무한차원 벡터 공간이다. 한편, $\{v_{\alpha}\}_{\alpha \in I}$를 ($\Q$ 위에서의) $\R$의 기저라 하면, 다음 집합 $\{v_{\alpha}\}_{\alpha \in I} \cup \{iv_{\alpha}\}_{\alpha \in I}$는 ($\Q$ 위에서의) $\C$의 기저가 된다. 따라서 $\dim_{\Q}\R = 2\dim_{\Q} \C = \dim_{\Q} \C$가 성립한다. 즉, $\R$과 $\C$의 차원이 같으므로 이 두 $\Q$-벡터공간은 서로 동형이다.
  2. $\dim_{\R} \R = 1 \neq 2 = \dim_{\R} \C$이므로 $\R$과 $\C$를 각각 $\R$-벡터공간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 아니다.$ $

$ $

$ $

이번에는 두 집합 $\R$과 $\C$에 대수적 구조를 부여해 보자. 만약 $\R$과 $\C$에 덧셈구조를 주면, $(\R,\, +,\, 0)$와 $(\C,\, +,\, 0)$는 모두 군(group)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비슷하게 $\R^{*} = \R \setminus \{0\}$과 $\C^{*} = \C \setminus \{0\}$에 곱셈구조를 부여하여 $(\R^{*},\, \cdot,\, 1)$과 $(\C^{*},\, \cdot,\, 1)$가 군의 구조를 가지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각각의 군들은 서로 동형일까?

$ $

정리 2.
  1. $\R$과 $\C$를 각각 덧셈군(additive group) $(\R,\, +,\, 0)$와 $(\C,\, +,\, 0)$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다.
  2. $\R^{*}$과 $\C^{*}$를 각각 곱셈군(multiplicative group) $(\R^{*},\, \cdot,\, 1)$과 $(\C^{*},\, \cdot,\, 1)$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 아니다.

$ $

증명.

  1. $(\R,\, +,\, 0)$와 $(\C,\, +,\, 0)$에 $\Q$-스칼라곱을 정의하면, 이 둘을 각각 $\Q$-벡터공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리 1 (1)에 의해 $\R$과 $\C$ 사이에 벡터공간 동형사상(vector space isomorphism) $\phi$가 존재한다. 이 동형사상은 군의 덧셈 구조를 보존하므로, $(\R,\, +,\, 0)$와 $(\C,\, +,\, 0)$는 $\phi$에 의해 동형이다.
  2. 결론에 반하여 $(\R^{*},\, \cdot,\, 1)$과 $(\C^{*},\, \cdot,\, 1)$ 사이에 군동형사상 $\phi : \C \to \R$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phi(1_{\C}) = 1_{\R}$이므로 \[ 1_{\R} = \phi(1_{\C}) = \phi({-1_{\C}}^2) = \phi(-1_{\C})^2 \] 가 성립한다. 하지만 $\phi(-1_{\C}) \neq 1_{\R}$이므로 $\phi(-1_{\C}) = -1_{\R}$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 -1_{\R} = \phi(-1_{\C}) = \phi(i^2) = \phi(i)^2 \] 를 얻는데, $\phi(i) \in \R$이므로 $\phi(i)^2 \geq 0$이어야만 한다. 이는 $\phi(i)^2 = -1_{\R}$이라는 사실에 모순이므로, 군동형사상 $\phi$는 존재하지 않는다.$ $

$ $

참고.

  1. $(\R,\, +,\, 0)$와 $(\C,\, +,\, 0)$에 $\R$-스칼라곱을 정의하여 이 둘을 각각 $\R$-벡터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정리 1 (2)에 의해 $\R$과 $\C$는 $\R$-벡터공간으로 보았을 때 동형이 아니게 되지만, 이 사실은 위의 정리 2 (1)과 모순이 되지는 않는다. $\R$과 $\C$를 $\R$-벡터공간으로 보았을 때 동형이 아니라는 뜻은, $\R$과 $\C$를 덧셈군으로 보았을 때 덧셈구조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R$-스칼라곱에 대한 구조 또한 보존하는 동형사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 정리 2 (2)에서 $(\C^{*},\, \cdot,\, 1)$에는 위수(order)가 $4$인 원소 $i$가 존재하는데 반해, $(\R^{*},\, \cdot,\, 1)$에는 위수가 $4$인 원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두 군이 동형이 아님을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
  3. 정리 2의 (2)에 의해서, $\R$과 $\C$를 각각 환(ring) 또는 체(field)로 보아도 동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4. 비슷한 이유로 $\R \times \R$과 $\C$는 집합의 관점에서 기수(cardinality)가 같지만, 이 둘을 각각 환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동형이 아님을 보일 수 있다. $\C$에는 $0_{\C}$아 아닌 영인자(zero divisor)가 존재하지 않지만, $\R \times \R$에서는 $(1,\, 0) \cdot (0,\, 1) = (0,\, 0)$이 되어 $(0,\, 0)$이 아닌 영인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 $

$ $

임의의 체(field) $\mathbb{F}$에 대하여 $\mathbb{F}$ 그 자체를 $\mathbb{F}$ 위에서의 벡터공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R$은 $\R$-벡터공간이 되고 $\C$는 $\C$-벡터공간이 되며, 이 경우 $\dim_{\R} \R = 1 = \dim_{\C} \C$를 얻는다. 또한 $a \in \R$과 $z \in \C$에 대하여 $\R$-스칼라곱을 $az$로 정의하면, $\C$를 $\R$-벡터공간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이 경우 $\dim_{\R} \C = 2$임을 위에서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R$를 $\C$-벡터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고 이 경우, 몇 가지 직관에 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먼저 다음 정리를 살펴보자.

$ $

정리 3.

$(\R,\, +,\, 0)$에 스칼라곱 $m : \C \times \R \to \R$을 정의하여, $\R$을 $\C$-벡터공간이 되게 할 수 있다.

$ $

증명. $\R$과 $\C$를 각각 $\Q$-벡터공간으로 보면, 정리 1 (1)에 의해서 $\R$과 $\C$ 사이에 벡터공간 동형사상 $\phi : \C \to \R$가 존재한다. 이제 $\C$-스칼라곱 $m : \C \times \R \to \R$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 m(z,\, a) = \phi(z \cdot \phi^{-1}(a)), \quad \forall z \in \C, \; a \in \R \]

그러면 $m$이 벡터공간이 되기 위한 모든 공리를 만족함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R$은 $\C$-벡터공간이다.$ $

$ $

참고.

  1. $(\R,\, +,\, 0)$에 스칼라곱 $m : \C \times \R \to \R$을 정의하되 $m|_{\R \times \R}$이 일반적인 두 실수의 곱이 되는 (다시 말해 임의의 두 실수 $a,\, b \in \R$에 대하여 $m(a,\,b) = ab$가 되는) $m$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한 $m$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m(i,\, 1) = a \in \R$이라 하자. 그러면 \[ m(a-i,\, 1) = m(a,\, 1) - m(i,\, 1) = a - a = 0 \] 을 얻는데, 당연히 $1 \neq 0$이므로 $a - i = 0$이어야만 하고, 따라서 $a = i$를 얻는다. 이는 $a \in \R$이라는 사실에 모순이므로 그러한 $m$은 존재할 수 없다.
  2. $\C$를 ($a \in \R$과 $z \in \C$에 대하여 $\R$-스칼라곱을 $az$로 정의하는) $\R$-벡터공간 $(\C,\, +,\, \cdot)$으로 보면 $\C$의 한 기저(basis)가 $\{1,\, i\}$이기 때문에, $\C$의 차원(dimension)은 $2$가 됨을 앞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정리 3의 증명에서 정의한 벡터공간 동형사상 $\phi : \C \to \R$에 대하여 $\R$-스칼라곱 $m' : \R \times \C \to \C$를 \[ m'(a,\, z) = \phi^{-1}(a\phi(z)), \quad \forall a \in \R, \; z \in \C \] 로 정의하자. 그러면 $(\C,\, +,\, m')$는 벡터공간이 되고, 이 벡터공간의 기저는 $\{\phi^{-1}(1_{\R})\}$이 된다. 왜냐하면 임의의 $z \in \C$에 대하여, $\phi(z) \in \R$이고 \[ \begin{align*} m'(\phi(z),\, \phi^{-1}(1_{\R})) &= \phi^{-1}(\phi(z)\phi(\phi^{-1}(1_{\R}))) \\[5px] &= \phi^{-1}(\phi(z)1_{\R}) = \phi^{-1}(\phi(z)) = z \end{align*} \] 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C,\, +,\, m')$의 차원은 ($\R$-벡터공간임에도 불구하고) $1$이 됨을 알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