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도공간(measure space) $(X,\, \mathscr{A},\, \mu)$가 주어졌다고 하자. 측도란 특정 집합에 일종의 '길이' 또는 '크기'를 부여 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주어진 측도(measure)로 부터 두 집합 사이의 '거리'를 부여하는 거리함수(metric)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두 집합의 대칭차(symmetric difference)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두 집합 $A$와 $B$가 주어졌을 때, 두 집합의 대칭차 $A \triangle B$는
로 정의된다.
이제 확장된 실수값함수(extended real valued function) $d : \mathscr{A} \times \mathscr{A} \to [0,\, +\inft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증명. $d$가 유사거리함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성질을 만족해야 한다.
- 임의의 $A \in \mathscr{A}$에 대하여, $d(A,\, A) = 0$.
- (대칭성) 임의의 $A,\,B \in \mathscr{A}$에 대하여, $d(A,\,B) = d(B,\,A)$.
- (삼각 부등식) 임의의 $A,\,B,\,C \in \mathscr{A}$에 대하여, $d(A,\,B) + d(B,\,C) \geq d(A,\,C)$.
먼저 $d$가 첫 두 성질을 만족함은 측도 $\mu$의 성질과 대칭차의 교환성(commutativity)으로부터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 $d(A,\, A) = \mu(A \triangle A) = \mu(\emptyset) = 0$.
- $d(A,\,B) = \mu(A \triangle B) = \mu(B \triangle A) = d(B,\,A)$.
이제 마지막 삼각 부등식을 증명해 보자. 우선 $x \in A \setminus C$라 하자. 이 때, $x \in B$이거나 $x \notin B$이다. 만약 $x \in B$라 가정하면, $x \in B \setminus C$여야만 한다. 또한 $x \notin B$라 가정하면, $x \in A \setminus B$여야만 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x \in A \setminus C$이면, $x \in (B \setminus C) \cup (A \setminus B)$임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x \in C \setminus A$이면, $x \in (B \setminus A) \cup (C \setminus B)$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따라서 측도 $\mu$의 단조성(monotonicity)과 준가법성(subaddictivity)에 의하여,
따라서 $d$는 유사거리함수가 되기 위한 성질을 모두 만족한다..
하지만 $d$가 거리함수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d$가 거리함수가 되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 조건과 함께,
- 임의의 $A,\,B \in \mathscr{A}$에 대하여, $d(A,\,B) = 0 \iff A=B$.
를 만족해야만 한다. 따라서 $d(A,\,B) = 0$일 때, $A=B$임을 보이기만 하면, $d$가 거리함수라는 사실을 보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전에 아래의 간단한 정리를 살펴보자.
증명. 먼저
라는 사실로부터 $\mu(A \setminus B) = \mu(B \setminus A) = 0$을 얻는다. 이제 $A = (A \setminus B) \cup (A \cap B)$, $B = (B \setminus A) \cup (B \cap A)$라는 사실을 이용하면,
따라서 $\mu(A) = \mu(B) (= \mu(A \cap B))$를 얻는다..
위의 정리 2에 의하면, $d(A,\,B) = 0$이면, 언제나 $\mu(A) = \mu(B)$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A = B$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R$ 위에 $\mu$를 르베그 측도(Lebesgue measure)로 정의하고, $A = [0,\,1]$, $B = (0,\,1)$라 하면,
이고 $\mu(A) = \mu(B) = 1$이지만 $A \neq B$이다.
여기까지 주어진 측도공간 $(X,\, \mathscr{A},\, \mu)$로부터 유사거리함수 $d$를 정의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공간 $X$에 유사거리함수 $d$가 주어졌을 때, 언제나 $X$에 적당한 동치관계(equivalence)를 주어 $d$가 $X$의 동치관계 $\sim$에 의한 몫공간(quotient space) $X / \sim$ 위에서 거리함수가 되도록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X$ 위에 다음과 같이 동치관계 $\sim$을 정의하자.
그러면 $\sim$은 자명하게 반사적(reflexive)이고 대칭적(symmetric)이다. 또한 $A \sim B$이고 $B \sim C$라 하면, $d$가 삼각부등식을 만족하므로,
따라서 $A \sim C$가 되어, $\sim$은 추이적(transitive)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sim$은 동치관계이다.
이제 동치관계 $\sim$으로부터 임의의 원소 $A \in \mathscr{A}$의 동치류(equivalent class) $[A]$를 정의할 수 있고, 이 동치류들에 대하여
로 정의 하면 (단, $A',\,B'$은 각각 동치류 $[A],\, [B]$의 대표원소(representative)들이다.), 동치관계 $\sim$의 정의에 의해 $d$는 거리함수가 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 $d$가 과연 잘 정의(well-defined)되었을까? 다시 말해 동치류 $[A],\, [B]$의 임의의 대표원소에 대하여 $d([A],\,[B])$의 값이 변함없이 유지될까?
증명. 이를 확인 하기 위해서는 $A', A'' \in [A]$, $B',\,B'' \in [B]$에 대하여 $d(A',\,B') = d(A'',\,B'')$임을 보여야 한다. 이제, $A' \sim A''$이고 $B' \sim B''$이므로, $d(A',\, A'')= d(B',\, B'') = 0$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또한 동시에,
따라서 $d(A',\, B') = d(A'',\, B'')$이고 연산이 잘 정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치관계 $\sim$은 유사거리함수로부터 거리함수를 만들기 위하여 억지로 정의한 듯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동치관계의 정의는 수학적으로 굉장히 유용하다. 왜냐하면 두 집합 $A$와 $B$에 대하여 만약 두 집합의 차이에 대한 측도가 $0$이면 (또는 두 집합의 차이가 측도가 $0$인 집합의 부분집합이면) 우리는 두 집합 $A$와 $B$를 거의 "같은" 집합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측도 $0$인 집합 (또는 그의 부분집합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거의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집합들을 사소하다(negligible)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