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와 짝수의 합은 언제나 짝수이고 짝수와 홀수의 합은 언제나 홀수이다. 이와 비슷하게, 유리수와 유리수의 합은 언제나 유리수이지만 유리수와 무리수의 합은 언제나 무리수가 된다. 따라서 '짝수와 유리수가 무언가 유사한 수학적 구조를 갖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홀수와 홀수의 합은 언제나 짝수가 되는 반면, 다음과 같이 무리수와 무리수의 합은 유리수일 수도 무리수일 수도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무리수와 무리수를 연산했을 때, 반드시 무리수가 나오는 연산이 존재할까?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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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법칙을 만족하는 군(group) $(G,\, +)$를 아벨군(Abelian group)이라 부른다. 정수들의 집합에 대한 덧셈군 $(\Z,\, +)$, 실수들의 집합에 대한 덧셈군 $(\R,\, +)$, $0$이 아닌 실수들의 집합에 대한 곱셈군 $(\R^*,\, \cdot)$ 등은 모두 아벨군의 예이다. 아벨군에 대해서 성립하는 다음의 정리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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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a) \Rightarrow (b)$: $H$가 $G$의 부분군이라 가정하자. 만약 $a \in H$이고 $x \in H^c$이라 하자. 만약 $a + x \in H$라 하면, $x = (a + x) - a \in H$가 되어 모순이고, 따라서 $a + x \in H^c$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H + H^c \subseteq H^c$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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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ightarrow (b)$: $H + H^c \subseteq H^c$임을 가정하고, 적당한 $a \in H$ 하나를 택하자. 그러면 임의의 $x \in H^c$는 $x = a + (x - a)$로 나타낼 수 있고, 여기서 $x - a = (-a) + x \in H^c$이므로 $x \in H + H^c$이다. 즉, $H^c \subseteq H + H^c$가 성립하고, 따라서 $H + H^c = H^c$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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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Rightarrow (a)$: $H + H^c = H$임을 가정하자. $H$가 $G$의 부분군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임의의 $a,\, b \in H$에 대하여 $a-b \in H$임을 보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만약 $a-b \in H^c$라 하면, $a = b + (a-b) \in H^c$가 되어 모순이므로, $a-b \in H$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H$는 $G$의 부분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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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1. $H \leq G$이면 $H + H \subseteq H$임은 자명하다. 이 사실과 정리를 이용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보일 수 있다.
- 정수 집합 $\Z$는 덧셈에 대하여 아벨군이고, 짝수들의 집합 $\mathbb{E}$는 이 군의 부분군이다. 이제 홀수들의 집합을 $\mathbb{O} = \mathbb{E}^c = \Z \setminus \!\! \mathbb{E}$로 나타내면 \[ \mathbb{E} + \mathbb{E} \subseteq \mathbb{E}, \quad \mathbb{E} + \mathbb{O} \subseteq \mathbb{O} \] 를 얻는다. 즉, 짝수와 짝수의 합은 언제나 짝수이고, 짝수와 홀수의 합은 언제나 홀수이다. (홀수와 홀수의 합은 언제나 짝수이지만, 위 정리로부터는 얻어낼 수 없다.)
- 실수 집합 $\R$은 덧셈에 대하여 아벨군을 이룬다. 이제 유리수 집합 $Q$는 이 군의 부분군이므로, 다음의 성질 \[ \Q + \Q \subseteq \Q, \quad \Q + \Q^c = \Q^c \] 가 성립한다. 즉, 유리수와 유리수의 합은 언제나 유리수이고, 유리수와 무리수의 합은 언제나 무리수이다. (여기서 무리수와 무리수의 합은 유리수일수도 무리수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자.)
- $0$이 아닌 실수들의 집합 $\R^* := \R \setminus \!\! \{0\}$은 곱셈에 대하여 아벨군을 이룬다. 한편, $0$이 아닌 유리수들의 집합 $\Q^* := \Q \setminus \!\! \{0\}$은 군의 부분군이므로 \[ \Q^* \cdot \Q^* \subseteq \Q^*, \quad \Q^* \cdot (\Q^*)^c = (\Q^*)^c \] 임을 알 수 있다. 즉, ($0$이 아닌) 유리수들의 곱은 언제나 ($0$이 아닌) 유리수이고, ($0$이 아닌) 유리수와 무리수의 곱은 반드시 ($0$이 아닌) 무리수이다.
- $x$가 $0$이 아닌 무리수라 가정하자. 그러면 $x^2$ 또는 $x^3$ 중 하나는 반드시 무리수이다: 만약 $x^2$이 무리수라면 증명이 끝난다. 또한 $x^2$이 유리수인 경우, 유리수인 $x^2$과 무리수인 $x$의 곱인 $x^3$이 무리수가 되어 증명이 끝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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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위 예제로부터, 아벨군 $(G,\, +)$와 부분군 $H \leq G$가 주어졌을 때, $H + H \subseteq H$와 $H + H^c \subseteq H^c$는 항상 성립하지만, $H^c + H^c \subseteq H$는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마지막 조건이 성립하게 하는 $H$의 조건은 무엇일까? $G$가 아벨군이므로 부분군인 $H$은 정규부분군(normal subgroup)이 되고, 따라서 몫군(quotient group) $G/H$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G/H$의 차수(order)가 $2$라 가정하면, $G/H = \{H,\, H^c\}$이고 이는 $\Z_2$와 동형이다. 따라서 $H^c + H^c \subseteq H$ (사실은 $H^c + H^c = H$)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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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제에서 확인해 보았듯이 일반적으로 무리수와 무리수의 합, 또는 무리수와 무리수의 곱은 반드시 무리수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가 반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리수를 보존하는 이항연산(binary operation), 즉, 임의의 두 무리수 $x,\, y \in \Q^c$에 대하여 $x \ast y \in \Q^c$가 되게 하는 이항연산 $\ast$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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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각보다 간단히 정의가 가능하다. 임의의 두 무리수 $x,\, y \in \Q^c$에 대하여, $x \star 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그러면 정의에 의해 자명하게 $x \star y \in \Q^c$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정의한 이항연산 $\star$는 연산으로써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 연산은 교환법칙은 성립하지만 결합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간단한 반례로
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연산 $\star$에 대한 항등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항등원 $e \in \Q^c$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항등원의 정의에 따라 $e \star e = e$가 성립한다. 반면에 $\star$의 정의를 이용하면 $e \star e = e + e = 2e$이므로, $e = 2e$ 여야만 하고, $e=0$이 되어 모순이 발생한다. 즉, $(\Q^c,\, \star)$는 군(group)의 성질을 갖지 못한다. (위에서 살펴본 성질들에 의해 $(\Q^c,\, \star)$를 가환 마그마(commutative magma)로 볼 수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더 이상 자세히 다루지는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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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Q^c,\, \ast)$가 군이 되게 하는 이항연산 $\ast$를 정의해 보도록 하자. 이는 무리수들의 집합과 실수들의 집합 사이에 일대일 대응 $\phi : \Q^c \to \R$이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보일 수 있다. 이제, $\Q^c$ 위에서의 이항연산 $\ast$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임의의 무리수 $x,\, y \in \Q^c$에 대하여,
와 같이 정의하자. ($\phi$가 전단사함수(bijection)이므로 위 연산은 잘 정의된다.) 그러면 위 이항연산에 대하여, $(\Q^c,\, \ast)$는 군이 됨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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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우선 $\phi$가 전단사함수이므로, 임의의 실수 $x \in \R$는 적당한 무리수 $x' := \phi^{-1}(x) \in \Q^c$와 일대일 대응을 갖는다. 그러면 위 이항연산 $\ast$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표현이 가능하다: 임의의 $x',\, y' \in \Q^c$에 대하여
위 표현을 이용하면, $\ast$가 $\Q^c$ 위에서 닫혀있고, 교환법칙이 성립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ast$에 대한 결합법칙이 성립함을 보이자. 임의의 $x',\, y',\, z' \in \Q^c$에 대하여
따라서 이항연산 $\ast$는 결합법칙이 성립한다. 또한 임의의 $x' \in \Q^c$에 대하여
가 성립하므로 $0' = \phi^{-1}(0)$은 연산 $\ast$에 대한 항등원이 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의의 $x' \in \Q^c$에 대하여
이므로 $(-x)' = \phi^{-1}(-\phi(x')) \in \Q^c$는 $x' \in \Q^c$의 역원이다. 따라서 연산 $\ast$는 아벨군이 되기 위한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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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2. 위 정리 2는 $(\Q,\, \ast)$가 아벨군이 되게 하는 이항연산 $\ast$가 존재함은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러한 연산 $\ast$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로 $\ast$의 정의는 전단사함수 $\phi : \Q^c \to \R$의 정의에 의존하므로, $\phi$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ast$ 또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phi : \Q^c \to \R$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즉, $\phi$는 $p + n\sqrt{2}$꼴의 무리수는 $p + (n-1)\sqrt{2}$로 보내고, 그렇지 않은 형태의 모든 무리수는 고정하는 함수이다. 이 함수가 전단사임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 $\phi$를 이용하여 이항연산 $\ast$를 $x \ast y = \phi^{-1}(\phi(x) + \phi(y))$로 정의하면, 이 연산 $\ast$는 무리수를 보존하는 연산이다. 예를 들어
와 같이 계산된다. 한 편, 이 연산의 항등원은 $\sqrt{2}$이고, $x \in \Q^c$에 대한 역원은 $x = p + n\sqrt{2}$ 꼴인 경우 $x^* = -p + (1-n)\sqrt{2}$이고, 나머지 경우 $x^* = -x$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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