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수(Quaternion)에 대하여 - 3. 삼중쌍(triple)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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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중쌍(triple)의 실패

해밀턴은 우선 삼중쌍(triple)을 아래와 같이 이중쌍(couple)을 확장한 것으로써 정의하였다.

\[ (a,\,b,\,c), \quad a,\,b,\,c \in \R. \]

그 다음 삼중쌍들 사이의 사칙연산을 잘 정의하여,

  1. 실수의 사칙연산과 이중쌍의 사칙연산이 삼중쌍의 사칙연산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게 하고,
  2. 이중쌍이 기하학적으로 이차원의 점을 표현하듯이 삼중쌍 또한 삼차원의 점을 표현 해주길 기대하였다.

 

먼저 해밀턴은 삼중쌍의 덧셈과 뺄셈, 상수배, 그리고 크기를 이중쌍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써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 \begin{aligned} (a_1,\,b_1,\,c_1) \pm (a_2,\,b_2,\,c_2) &= (a_1 \pm a_2,\, b_1 \pm b_2,\, c_1 \pm c_3) \\[5pt] \lambda (a_1,\,b_1,\,c_1) &= (\lambda a_1,\,\lambda b_1,\,\lambda c_1) \\[5pt] \norm{(a_1,\,b_1,\,c_1)} &= \sqrt{a_1^2 + b_1^2 + c_1^2}. \end{aligned} \]

이제 남은 것은 해밀턴은 삼중쌍의 곱셈과 나눗셈이였다. 해밀턴은 사칙연산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계산의 편의를 위해

\[ 1 = (1,\,0,\,0), \quad i = (0,\,1,\,0), \quad j = (0,\,0,\,1) \]

의 단위들을 이용하여 삼중쌍 $(a,\,b,\,c)$를 $a+bi+cj$와 같이 나타내었다. 그러면

\[ \begin{aligned} & (a_1,\,b_1,\,c_1) \times (a_2,\,b_2,\,c_2) \\[5pt] & \qquad = (a_1 + b_1 i + c_1 j) \times (a_2 + b_2 i + c_2 j) \\[5pt] & \qquad = a_1a_2 (a_1b_2 + b_1a_2)i + (a_1c_2 + c_1a_2)j + b_1b_2i^2 + c_1c_2j^2 + b_1c_2ij + c_1b_2ji \end{aligned} \]

를 얻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i^2,\, j^2,\, ij,\, ji$의 값들이 각각 어떠한 삼중쌍을 나타내는지만 밝혀내면 되는 일이었다. 먼저 이중쌍의 경우 $i^2=-1$이였으므로, 자연스러운 확장을 위하여 해밀턴은 삼중쌍의 경우도 $i^2=-1$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j^2=-1$이 되어야 할 것이라 짐작하였다. 이제 남은 $ij$와 $ji$의 값을 알아내기 위하여 해밀턴은 먼저 $ij=ji=1$이라 가정해 보았다. 교환법칙을 가정하면 $ij=ji$가 되어야만 하고, 만약 $ij=ji=i$ 또는 $ij=ji=j$라 가정하면 각각 $j=1$과 $i=1$이 되어 두 경우 모두 모순이 생긴다. 따라서 $ij=ji=1$로 가정하는 것이 최적의 가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이 가정을 바탕으로 삼중쌍의 곱셈을 간단히 해보자.

\[ \begin{aligned} & (a_1,\,b_1,\,c_1) \times (a_2,\,b_2,\,c_2) \\[5pt] & \qquad = (a_1a_2 - b_1b_2 - c_1c_2 + b_1c_2 + c_1b_2) + (a_1b_2 + b_1a_2)i + (a_1c_2 + c_1a_2)j \end{aligned} \]

하지만 이 경우, $(a_1,\,b_1,\,c_1) = (a_2,\,b_2,\,c_2) = (0,\,1,\,1)$를 위 곱셈에 대입하면,

\[ (0,\,1,\,1) \times (0,\,1,\,1) = (0-1-1+1+1) + (0+0)i + (0+0)j = (0,\,0,\,0) \]

이 되어 영이 아닌 두 삼중쌍의 곱이 영이 되는 일이 발생해 버린다. 다음에 해밀턴은 우선 $ij=ji=k$로 두고 곱셈이 잘 정의되도록 $k$의 값을 찾고자 하였다. 하지만 어떠한 $k$에 대해서도 영이 아닌 두 삼중쌍의 곱이 영이 되는 경우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k=i+j$, $k=i-j$, $k=j-i$등의 경우에 대해서 확인해 보자. 즉, 애초에 $ij=ji$라는 가정이 잘못될 것일 수 있고, 따라서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ij=ji=k$에 대한 실패를 바탕으로, 해밀턴은 이번에는 $i^2 = j^2 = -1$, $ij=-ji=k$라는 법칙에서 부터 출발하였다. 이것은 두 수의 곱셈은 언제나 교환법칙을 만족해야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위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어쨌든 이 법칙을 바탕으로 곱셈을 계산하면,

\[ \begin{aligned} & (a_1,\,b_1,\,c_1) \times (a_2,\,b_2,\,c_2) \\[5pt] & \qquad = (a_1 + b_1 i + c_1 j) \times (a_2 + b_2 i + c_2 j) \\[5pt] & \qquad = a_1a_2 (a_1b_2 + b_1a_2)i + (a_1c_2 + c_1a_2)j + b_1b_2i^2 + c_1c_2j^2 + b_1c_2ij + c_1b_2ji \\[5pt] & \qquad = (a_1a_2 - b_1b_2 - c_1c_2) + (a_1b_2 + b_1a_2)i + (a_1c_2 + c_1a_2)j + (b_1c_2 - c_1b_2)k \end{aligned} \]

를 얻는다. 그러고 나서 적당한 $k$의 값을 찾아서 위의 곱셈이 잘 정의되게끔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또 다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였다.

 

해밀턴이 생각했던 삼중쌍에 관한 또 하나의 문제는 삼중쌍의 크기에 대한 법칙중 하나였다. 실수와 이중쌍에 크기에 대하여 아래의 중요한 법칙이 성립한다.

\[ \begin{aligned} \abs{a_1 \times a_2} &= \abs{a_1} \cdot \abs{a_2} \\[5pt] \norm{(a_1,\,b_1) \times (a_2,\,b_2)} &= \norm{(a_1,\,b_1)} \cdot \norm{(a_2,\,b_2)} \\[5pt] \end{aligned} \]

해밀턴은 위와 같은 성질이 삼중쌍에 대해서도 성립하길 원했다. 만약 이 삼중쌍의 크기에 대한 법칙이 성립한다면,

\[ \norm{(a_1,\,b_1,\,c_1) \times (a_2,\,b_2,\,c_2)} = \norm{(a_1,\,b_1,\,c_1)} \cdot \norm{(a_2,\,b_2,\,c_2)} \]

이 되어야 하므로, 아래의 식을 만족하는 적당한 $(a_3,\, b_3,\, c_3)$를 찾아야만 했다.

\[ (a_1^2 + b_1^2 + c_1^2)(a_2^2 + b_2^2 + c_2^2) = (a_3^2 + b_3^2 + c_3^2) \]

다시 말해, 어떤 제곱수 세개의 합과 또다른 제곱수 세개의 합을 서로 곱해준 값을 적당한 제곱수 세개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만 했다. 해밀턴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지만, 어떤 제곱수 세개의 합과 또다른 제곱수 세개의 합을 서로 곱해준 값이 적당한 제곱수 세개가 아닌 네개의 합으로는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식은 오일러의 네 제곱수 항등식으로 불린다.)

\[ \begin{aligned} & (a_1^2 + b_1^2 + c_1^2)(a_2^2 + b_2^2 + c_2^2) \\[5pt] & \qquad =  (a_1a_2 - b_1b_2 - c_1c_2)^2 + (a_1b_2 + b_1a_2)^2 + (a_1c_2 + c_1a_2)^2 + (b_1c_2 - c_1b_2)^2 \end{aligned} \]

위 식의 우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곱이 되는 각 항이 앞서 살펴본 [1]의 $1,\, i,\, j,\, k$항의 계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해밀턴은 위에서 살펴본 삼중쌍의 곱셈 $(a_1,\,b_1,\,c_1) \times (a_2,\,b_2,\,c_2)$은 사실 사중쌍의 곱셈 $(a_1,\,b_1,\,c_1,\,d_1) \times (a_2,\,b_2,\,c_2,\,d_2)$에서 $d_1 = d_2 = 0$의 특수한 경우로써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관찰들을 바탕으로 해밀턴은 그동안 연구해왔던 삼중쌍의 사칙연산에 대한 연구를 과감히 포기하고 사중쌍의 사칙연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